미중, 90일 관세 휴전… 그 뒤에 오는 진짜 전쟁은?

▍미중, 90일 관세 유예 합의…무역전쟁의 숨 고르기

2025년 5월 12일, 미국과 중국이 상호 부과한 고율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은 대중국 관세를 기존 145%에서 30%로, 중국은 대미 관세를 125%에서 10%로 각각 인하합니다.

이번 합의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도출된 결과로, 양국은 향후 90일간 추가 협상을 통해 무역 갈등 해소를 위한 방안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이번 관세 유예 조치는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합의 발표 직후, 글로벌 증시는 상승세를 보였으며,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 이상 급등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무역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향후 협상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필요합니다. 특히,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펜타닐 관련 20% 관세는 이번 합의에서 제외되어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향후 90일간의 협상 결과에 따라 글로벌 무역 질서와 경제 흐름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 지금 90일인가? – 미중 협상 유예의 이면

미국과 중국, 이 두 나라가 협상 테이블에 다시 마주 앉았다는 건 단순한 ‘외교 이벤트’ 그 이상입니다. 이번 90일 관세 유예 조치는 단순한 휴전이 아니라, 양국 모두에게 ‘시간 벌기’가 필요한 상황이었음을 보여줍니다. 겉으로는 차분해 보이는 협상 이면엔, 각각의 절박함이 숨어 있습니다.

먼저 미국의 입장을 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을 앞두고 경제 성적표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시기입니다. 인플레이션은 어느 정도 안정세에 들어섰다고 하지만, 여전히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고,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고율 관세가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중서부와 남부의 제조업 기반 유권자들 사이에선 “관세는 중국이 아닌 우리에게 벌을 주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죠.

 

반대로 중국도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청년 실업률 상승,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등으로 경제 전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 입장에서도 ‘미국과 싸우는 강경한 리더’ 이미지는 유지하면서도, 실제 충돌은 피하고 싶은 복잡한 처지죠. 중국 국내에서도 “무역전쟁보다 투자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90일 유예는 그래서 양쪽 모두에게 전략적인 ‘숨 고르기’입니다. 미국은 선거 국면에 진입하기 전, 중국은 내부 경제 안정을 꾀하기 위해 일시적인 온도를 낮춘 셈입니다.

 

하지만 유예는 말 그대로 ‘유예’일 뿐, 협상이 결렬되면 언제든 다시 관세가 부활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논의 테이블에 오른 이슈들—지식재산권 보호, 반도체 수출 규제 완화, 농산물 수입 확대, 위안화 환율 안정 등—은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습니다. 특히 미국은 중국에 대해 펜타닐 성분 통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고, 중국은 이에 대해선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의 핵심 난제로 남아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유예 조치에서 미국의 대중국 기술 수출 제한 조치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 '진짜 휴전'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이건 마치, 경기 중에 전광판 고장 나서 일시 정지된 상황과 비슷하죠. 문제는 그동안 선수들은 지쳐가고, 관중들은 기다리다 흥미를 잃는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이 90일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이 시간 동안 얼마나 진정성 있는 성과를 만들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미중 관계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전체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는 변곡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90일의 기회와 함정 –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미중의 90일 관세 유예는 단지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한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는 파도 같은 일이죠. 우리 입장에서도 이 90일은 ‘기회이자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는 민감한 시기입니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건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 완화입니다. 그동안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는 반도체, 배터리, 원자재 등을 둘러싼 공급망을 크게 흔들었습니다. 중소 제조업체들은 부품 조달 가격이 올라 수익성이 악화되었고, 완성품 수출도 까다로워졌죠. 이번 유예 조치로 단기적으로는 원자재 가격과 운임 안정, 글로벌 무역 흐름 회복에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반도체 업계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 공급을 하는 입장이라, 양국의 대립이 심해질수록 눈치 외교와 납품 리스크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90일이라는 ‘완충 기간’은 기업들에게 숨 돌릴 시간을 주고, 생산 라인 재조정이나 수출입 전략 점검의 타이밍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습니다. 이 유예는 어디까지나 ‘잠깐 멈춤’일 뿐이고, 협상이 결렬되면 훨씬 더 큰 충격이 올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출마 여부, 혹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강경 기조 유지 여부에 따라 다시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큽니다. 미중 관계는 단순한 ‘경제 협상’이 아니라, 정치적 카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우리가 이 90일 동안 무엇을 준비하느냐입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한미, 한중 FTA 및 공급망 파트너십을 점검하고, 특정 국가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다변화 전략이 필요합니다. 기업들은 지금이야말로 무역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정비하고, 해외 법인이나 협력사를 중심으로 시뮬레이션 체계를 갖춰야 할 시점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 유예는 의미 있습니다. 실제로 고율 관세가 철회되면, 전자제품, 의류, 완구 등 중국 수입 비중이 높은 제품군 가격이 다소 안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협상 결렬 시 물가가 다시 들썩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결국, 미중의 90일 유예는 막연한 희망에 기대기보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기간입니다. 우리는 그 사이에서 가능한 시나리오들을 냉정하게 정리하고, 정치가 아닌 경제의 언어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