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의 그림자, 텅 빈 마천루의 진실
힐스테이트 송도 스테이에디션, 왜 이 지경이 됐을까?
한때 ‘한국의 두바이’라 불리던 송도국제도시. 고층 빌딩 숲과 스마트시티 이미지가 어우러진 이 도시에, 아무도 살지 않는 초고층 건물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외관은 멀쩡합니다. 브랜드도 좋고, 위치도 뛰어나죠. 그런데 밤이 되면 창문에 불이 거의 들어오지 않습니다. 1층 상가는 텅 비어 있고, 입구엔 임대문의 스티커만 덩그러니 붙어있습니다.
이곳은 바로 힐스테이트 송도 스테이에디션, 생활숙박시설입니다.
완판 대박? 현실은 입주율 10% 미만
2020년 분양 당시, 이 시설은 엄청난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사실상 주거용’이라는 홍보 문구에 투자자와 실수요자가 몰렸고, 순식간에 600여 실이 모두 계약 완료됐죠. 분양가는 최대 23억, 전용 83㎡ 기준 6억 후반대였습니다.
하지만 2024년 기준, 입주는 50여 실 남짓. 실제 거주자보다 관리 직원 수가 더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입니다.
밤이 되어도 불 켜진 집은 손에 꼽을 만큼 적고, 이웃 아파트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릅니다.
같은 입지의 아파트는 8억 이상에 거래되고 월세도 180만 원 수준인데, 이 건물은 전세도 월세도 수요가 거의 없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핵심은 ‘주거용이 아닌데 주거처럼 팔았던’ 구조
힐스테이트 송도 스테이에디션은 생활숙박시설, 즉 법적으로는 호텔입니다.
하지만 전입신고가 가능하고, 전세자금 대출도 가능했던 시기였기에 사실상 주거용처럼 팔렸습니다. 그 당시엔 정부도 뚜렷한 제재를 하지 않았죠.
문제는 이후입니다.
2021년 정부가 생활숙박시설을 ‘숙박으로만 써라’고 못박으면서 분위기가 급변했죠.
분양받을 땐 분명 살 수 있다던 집이, 준공 후엔 살 수 없는 ‘불법 거주’가 돼버린 겁니다.
‘용도변경’이라는 험난한 퇴로
정부는 생활숙박시설을 주거로 쓰고 싶다면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하라고 했지만, 현실은 간단치 않습니다.
오피스텔은 환기, 주차 등 기준이 더 까다롭고, 무엇보다 지구단위계획이라는 벽에 부딪힙니다.
해당 지역 계획이 주거 전환을 허용하지 않으면 불가능하고, 이 권한은 중앙정부가 아닌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에 있습니다.
실제로 시행사는 기부채납 등의 조건을 제시하며 전환 협의를 시도하고 있지만, 공공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진전이 없는 상태입니다.
수분양자들은 지금…
사실상 퇴로가 없습니다.
잔금을 포기하자니 계약금을 날려야 하고, 끝까지 들고 있자니 매매도 월세도 안 되는 물건입니다.
이자만 연 1,800만 원 넘게 나가는데, 월세는 150만 원 받기도 힘들죠.
일부 수분양자들은 시행사를 상대로 계약 해제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시행사 측은 “우린 제안대로만 설명했고, 중간에 정책이 바뀐 것일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결국 많은 이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잔금을 치르고, 임대라도 놓아 시간을 벌며 버티는 중입니다.
2027년 말까지 이행강제금 유예가 되어 있지만, 그 이후는 미지수입니다.
마무리하며: 투자의 ‘그림자’를 보다
생활숙박시설은 한때 규제를 피한 틈새상품으로 각광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송도에서 벌어지는 일은, 규제가 없던 상품이 규제 안으로 들어올 때 어떤 파장을 불러오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입니다.
“파생상품은 위험하다”는 말을 부동산에서 그대로 체감하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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